*출처: 미래세종일보 (1기 장주영 님) https://www.msejo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2656
대한민국헌정회(회장 김일윤)는 의정활동을 한 전직 국회의원들 단체로 1140여명의 회원과 5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단체는 새로운 시대정신 정립과 국가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차세대 후배교육의 산실인 정치아카데미를 최초로 열게 되었다.
초대원장을 맡은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아카데미를 통해 원로 정치인의 경륜과 지혜를 자산화하고, 전환기 새로운 시대정신을 갖추고 인성·정책·지도력이 겸비된 인재를 양성하는 선별된 교육으로 나라에 보탬이 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꾼이 배출되길 희망했다.
헌정회 아카데미의 미래 위상을 화랑, 악록서원(岳麓書院), 마츠시타 정경숙, 독일연방정치교육원,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김우중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사업’ 등과 견주며 비전과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헌정회 정치아카데미 첫 강의는 정치를 바라보는 시야를 터주는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거시적 안목과 식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지난 9월 23일, ‘전 국회의장, 김형오의 예리한 식견’ 제하의 칼럼을 통해 강의를 정리한 바 있다.
두 번째,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희 사무총장의 강연에서 우리나라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의 개정과 선거문화의 변천 과정을 주제로 대학생이던 시절 정치에 몸담은 선배를 위해 야학교사 신분으로 선거운동, 현대 정치사 속 관권선거, 불법선거운동 단속 이야기, 선거법 개정, 불법대선자금과 현금다발, 사채시장,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 바른선거시민모임 탄생, 금품 근절 위한 과태료, 선거무효 등 선거문화의 역사와 개정 과정을 설명했다.
또 한국 선거 시스템이 해외 수출되어 외화벌이 사업이 되는 영역, 투표용지 인쇄, 후보자 번호와 당락 상관관계, 일본 선거와의 비교 등의 질문이 나왔다.
3회차에는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의 정치 여론조사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주제로 각종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를 보는 안목과 미디어 정보의 홍수 속에 주체성을 갖고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여론조사 방법, 표본추출 방법, 군중 심리를 적용한 가중치 부여 논리, 여론 조사 의뢰기관의 정치편향성, 지지율과 민심 읽기, 잦은 여론조사 발표가 주는 장단점,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이유 등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여론조사가 민심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영향력을 미치는 강력함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만5세 입학발표로 거센 여론 속 교육부장관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그만큼 여론은 무섭고 무시할 수 없다. 공산국가에 여론조사 기관이 없듯, 여론조사 기관을 가진 국민은 민주국가에 사는 것이다라고 일축할 수 있다.
선거 심리에 국정 안정론과 선거 심판론 두 가지 구도로 설명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편승효과(밴드웨건 효과)’, 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심리 현상을 뜻하는 용어인 ‘언더독 효과(읍소전략)’, ‘숨은 지지층[샤이(shy)]’의 여론조사 반영 방법도 강의했다.
샤이(shy)란 부끄럽다는 뜻으로 공개적 여론조사나 정치적인 토론에서는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대세를 타는 주류에 지지하는 척 하거나 침묵한다. ‘침묵하는 지지층’ 현상은 여론의 분위기에 맞지 않을 때 두드러지며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떨어진다.
여론조사 결과를 흥행위주 경마식 보도에 대해서 정치 본질, 정책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나 비판 대신 득표 상황과 전략, 판세 분석, 결과 예측만을 강조한다. 경마식, 전투식 선거보도는 정치 혐오감을 주니 지양해야 한다. 통계 발표시 X, Y 좌표축 변수 설정을 교묘히 하여 그래프의 등락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혹은 불리하게 보이게 하는 왜곡 사례도 들었다.
또 1, 2위 발표에 정확성을 말해주는 중요한 개념인 통계의 오차범위 설명도 있었다. 언론 통계자료를 해독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정보 문해력)를 키우는 시간이었다.
강의가 끝나면 이병석 원장님은 국회를 이끌던 부의장의 모습으로 돌아가 힘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표정으로 ‘의견을 말하지 않는 자, 질문하지 않는 자는 비겁한 자다. 생각하지 않는 자다.’라고 강력한 말을 던지며 교육생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교육생 홍성창 박사는 언론을 장악하면 안정적이고 장기적 정치가 가능하기도 하다며 일본의 아베 정권과 아사히신문의 결탁, 국익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정치 의견 등 한일 여론조사 비교, 질문을 내놓았다. 언론인과의 사적 모임 등 민감한 질문도 던졌다.
홍성창 박사는 아사히신문 장학생으로 일본 동경 다이토 분카대학과 대학원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 대학 국제비교정치 연구소와 성균관대 국제정보정책 전자정부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31년을 일본에서 지내며 한국 대통령 정치적 위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으며 현대일본정치의 이해(著 야스 세이슈)등 일본 정치서 전문 번역가이다.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임정혁 변호사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어디서 의뢰하는지, 또 여론조사 기관의 수입과 지출 규모가 궁금하다며 흥미로운 질문을 했고, 박진경 님은 잦은 여론조사로 국민들은 피곤하다. 소신있게 일하려다 여론조사 신경쓰여 국정을 망치는게 아니냐는 질문에 냄비근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을 항상 긴장하고 겸손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답했다.
윤성필 님은 24년 총선을 언급하며 집권 3년차여서 정권심판 여론이 클텐데 여당은 읍소전략으로 국민들에게 겸손해야겠다며 이날 배운 이론대로 걱정을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필자는 여론조사 방법과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하지만, 그 수치를 놓고 언론이 벌이는 해석이 더 중요하다고 하며, 근소한 등락에도 과한 해석과 여론몰이의 특별한 예를 설명을 부탁하는 질의했다.
스포츠 전문 기자 표권향 헌정회 정치아카데미 팀장은 “여론조사를 의뢰한 언론사가 정치적 색깔을 버리지 않는다면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나 신뢰도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편견을 버리고 공정한 조사를 진행해야 조작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잠재된 부분과 오차 범위의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샤이 현상을 적극 반영하여 민감한 표심을 잠재워야 한다.”라고 했다.
아직 청년이지만 이미 선거캠프 경험이 많은 서울지역 주민자치위원 이재혁 교육생은 “여론조사기관이 많아짐에 따라 전문성이 부족한 조사 결과가 언론기관에 많이 인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억제할 기준(최소 표본 수 등)이 세워져 신뢰도가 부족한 조사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감시, 평가 부분에 대한 중요한 의견을 말했다.
단윤배 님은 정치편향성이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쳐 조작가능성이 있는게 아닌가? 길거리 여론조사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고, 최정민 님은 요일, 시간, 성별에 따른 보수, 진보 성향이 있는가?라는 차이에 호기심을 가졌다.
양아영 님이 궁금해 하는 '블랙아웃' 기간 동안 조사에 대해 이택수 대표는 여론조사 기관 중 리얼미터만이 오차범위 내 적중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점을 자랑했다.
친환경사업가 고예성 님의 예리한 질문에서 평소 전문적 관심과 생각이 깊음을 알 수 있었다. “국민 경선 등의 룰에서 역선택이 화두였는데 역선택까지도 지지율에 반영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지와 조사기관에서 전화와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스마트폰, 앱 조사에서 사람이 중복되는 문제는 어떻게 하는지와 여론조사로 인해 판이 바뀐 사례를 알고 싶다.”고 했다.
결론을 맺자. 대한민국헌정회 정치아카데미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한 전 국회부의장 이병석 원장의 엄격한 지도 아래 뜨거운 질의와 토론을 하며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처음에 세웠던 뜻이 달성됨은 물론이거니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 기존에 알지 못하던 편견을 청소하고, 인생 속 어둠의 사각지대를 환희 비추는 볼록렌즈처럼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새로운 영역을 알게 되어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더 훌륭한 방향으로 수정, 진화되길 바라며 함께 하는 교육생들이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상상하지 못했던 일도 이뤄가길 기원한다. 대한민국헌정회 정치아카데미에서 자신의 그릇의 내구성, 크기, 질감을 잘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모두의 담대한 출발을 응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