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미래세종일보 (1기 장주영 님) www.msejo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220
‘한국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전 국회의장이었던 김형오 부산대학교 석좌교수의 깊이 있는 경험과 경륜이 묻어나는 강연이 있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부터 18대까지 부산 영도구에서 연속 5선 국회의원을 하였고, 2010년까지 대한민국 제 18대 국회의장을 지낸 분이다. 1967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 입학하여 정치학, 외교학, 교육학,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40여 년이 넘는 다방면의 공부와 박사학위, 한나라당 원내대표,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의 정치 경력이 있으며, 소설 ‘술탄과 황제’를 집필한 능력있는 소설가이기도 한 정치 전문가다.
이번 초청 특강은 볕이 뜨거운 낮과 쌀쌀하고 차가운 밤이 공존하는 가을처럼, 국가에 애정을 담은 뜨거운 정치 덕담과 나라의 정치 현실을 걱정하는 차갑고 냉철한 비판으로 정신을 깨워 자극을 주는 내용이었다.
보자, 평생을 정치에 몸담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적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이란?
◇현대는 선출직 정치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복잡, 미묘, 다양하다. 정치인이 모든사안에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해결하기에 정치인의 수가 부족하고, 능력이 떨어진다.
◇능력있는 정치인을 선발하는 체계적 기준이 없고, 교육과정도 없다. 선거를 통해 뽑힌다.
◇정치 적임자가 아닌 사람이 진출하기도 하여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다.
◇대한민국 정치인은 학력, 경력, 이력이 세계최고 임에도, 본질적 일보다 표를 의식한 업무에 바쁜게 현실이다.
◇예산을 중앙으로 부터 눈치보며 가져오기에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민족, 종교, 언어, 문화 갈등 없는 나라인데도 갈등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좌우 이념, 지역간, 세대간, 도농간, 수도권과 지방간, 강남과 강북, 성별 간 등 선거를 치를 수록 분리되고, 양분된 갈등이 커진다.
◇혼돈과 무지로 저급한 논쟁에 휩싸이고 집단 이기주의와 약자 보호를 혼돈하며, 저속하고 과격한 언어로 관심을 유발한다.
◇국민의 정치 수준도 함께 질이 떨어지고 있다. 국민 전체의 문해력이 최저이다.
◇여야가 입장이 바뀌면 논리도 위치에 따라 바뀐다.
◇조직에 충성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치 환경도 문제다.
◇자유, 민주, 평등, 정의, 공정 등 중요한 가치들이 상투적인 언어가 되어 간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권력유지나 쟁탈을 위한 정치로 일관되기도 한다.
◇물갈이를 통한 쇄신이 아니라, 썩은 물은 그대로요, 물고기만 바뀐다.
◇인물 중심 정당이다.
◇공천받기 위해 당론을 어기지 못하는 정치 환경이 문제다.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가 되지 못했다.
◇대통령 단임제로 중장기 계획을 잃어버린 나라가 되었다.
◇5년마다 여야교대, 성장 동력이 꺼져가는 한국이 되었다.
◇역대 대통령이 한결같이 불행하다. 망명, 자살, 감옥 등. 그게 정치 현실이다.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김형오 의장은 다음과 같은 대안과 희망을 제시한다.
◆국민이 신뢰하고 한국 정치가 좋아지기 위해서 제도, 의식, 운영, 국민 수준 모두 발전 성숙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의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분권형 등 절충안을 생각하라.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 불행한 것이니 권력을 나누어야 한다.
◆정치인 선발 기준을 만들고, 적합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야 한다.
◆진보성향을 보이더라도 제대로 된 진보가 돼라.
◆의정활동 잘한 사람이 공천을 보장받도록 제도화 하자.
◆정책 이념 정당으로 변해야 한다.
◆당 대표가 없는 당을 생각해 보라. 기존의 룰을 깨는 파격적 생각이 필요하다.
◆국회는 토론, 논의, 대화, 절충, 타협을 하는 것이 국회의 본연의 일이다.
◆출석 위주의 양적 평가가 아닌 제헌 의회 정신으로 본질로 가자.
◆규제를 줄여나가는 정치에 신경 쓰라.
◆국회 윤리위의 독립 상설화, 선거구 획정위의 독립 기관화
◆국가를 위한 중장기 과제는 여야를 초월하여 중장기 독립기구에서 담당하게 하라.
◆대한민국 10년 위원회를 설립하면, 한국형 협치 모델이 구축될 것이다.
◆은퇴 후에도 일하는 행복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정치인의 부단한 자기 노력과 겸손, 헌신 등 정신적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국민들 또한 사람된 도리를 하고 있는가 등의 국민 의식도 함께 개혁되어야 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김형오 의장은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를 존경한다고 하면서, 지도자의 4대 자질로 식견, 설득력, 애국심, 도덕성을 꼽는다. ‘정치인은 하수도가 잘 흘러가도록 손발을 직접 담궈야 하는 직분’이라고 토로한다.
정부 규제를 받지 않아 자유 속에서 번영을 가져온 한류, K팝, 여자골프에서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정치인은 창의성, 탁월함, 도덕적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하며,
“국가를 위해 일할 국회의원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도 없다. 기존 정치인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패자부활,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 세계를 휩쓸 잠재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라고 말한다.
강연을 들은 필자는 '국가를 위해 소신을 가지고 용감하게 행동하는 진실한 정치 주인공들이 늘어나야 한다.'를 느꼈다. 희수를 앞둔 묵직한 품격과 젊은이들 보다 더 유연함이 느껴지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명쾌하고, 신랄한 강연을 들으며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강연을 하는 김형오 의장은 바다의 모래알 같았다. 마치 수많은 파도에 굴러갔다 쓸려와도 바다의 세월을 기억하며 그대로 남아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긴 세월 정치의 희노애락을 모두 경험한 역사가 그에게 누적되어 끝없이 반짝이는 깊은 빛을 발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政治)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봉사하는 직업이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귀중한 권력을 국민의 공적인 이익을 위해 휘두르는 것이다. 지도자는 상황을 압도하는 가치와 정책으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국민들이 능력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경쟁의 의욕이 살아나도록 평등해야 한다.
침울한 국민들의 수를 줄여나가는 과정이며, 국민과 정치인들의 표정이 밝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업계마다 창의성과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도록 비난을 상대를 위한 대안과 함께 건설적으로 제시하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칭찬과 뜨거운 격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국민을 위하는 진실함과 호탕한 친절, 그리고 감동을 주는 소신이 필요하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잘 알 것이다. 빠른 토끼가 경주를 제안하고 느린 거북은 경주를 수락하여 압도적으로 앞선 토끼가 방심하여 잠든 사이 거북이가 결승선에 먼저 닿아 승리하는 이야기 말이다.
은근히 토끼를 얄미워하고 우직하게 경주를 한 거북에게 측은한 애정을 느끼는 그 우화에서 거북의 승리에 쾌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만약 거북이가 자고 있는 토끼를 깨웠다면 어땠을까? 거북이 살금살금 기어가 경주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질 것을 알면서도 토끼를 깨우고 정정당당하게 경주를 했다면, 사람들은 이 우화를 보고 어떤 감정이 느껴질까? 누구를 보며 박수를 칠 것인가? 누가 진정 승리한 것인가? 패자가 있는가? 정치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덕성, 공동체의 승리, 소신있는 행동 그리고 감동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정치를 잘 하면, 잘 먹고 잘 살려고 수십 년 달려온 국민들의 미간에 찡그린 11자 주름대신, 행복한 웃음으로 생기는 눈가 잔주름이 생길 것이다. 필자가 가르치는 어린 학생들의 고귀한 미소를 보며 쓴 시 한 편이 있다. 미래에 한국을 짊어지고 살아갈 학생, 생업을 꾸려나가는 국민,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의지를 불태우는 정치인 모두에게서 대통령급 미소가 나오는 그날까지 화이팅하길 바란다.
대통령의 미소
장주영
나라의 미래
소년의 웃는 모습
누가 봐도 사랑이어라
수 십년 달려온 삶
삼 만리 우여곡절
이마에 근심걱정
십 일자 깊은 골 패였지만
소년의 미소 바라보니
맑고 잔잔한 호수
이내 뜨거워진다
대통령의 미소
어릴적 활짝 웃음
다시 찾아 주리라
이제는 행복 만땅
눈가에 잔주름으로
출처 : 미래세종일보(http://www.msej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