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미디어트리뷴
장주영/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독사파(獨士派)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독사파(獨士派)란, ‘독일육군사관학교 유학파’의 줄임말로써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생도 중 기수별 최고 엘리트를 상징한다.
1964년 12월 6일,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최초로 서독을 방문하여 하인리치 뤼프케 서독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전 세계 최빈국이었다. 대통령이 나라의 재건을 위해 돈을 빌리러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비참하고 절박한 시절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의 탄광과 병원에서 험한 일을 할 광부와 간호사 인력을 제공한다는 조건으로 나라를 구할 차관을 들이게 된다. 이때 박 대통령은 한 가지를 더 부탁한다. 바로 대한민국의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독일의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매년 한 명씩이라도 받아달라는 요구였다.
군사학 강국인 독일육군사관학교로의 유학은, 남북이 분단된 불안한 상황에서 선진군기술을 습득하고 국제정세에 해박한 글로벌 인재를 만들기 위한 대통령의 깊은 생각이 담긴 요구였다. 따라서 독일육군사관학교로 유학을 가는 단 한 명의 영예를 얻기 위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은 입학과 동시에 동기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시험을 통해 일등 수석을 차지해야만 했던 것이다.
따라서 독사파는 대한민국의 똑똑한 인재들이 모이는 육군사관학교 내에서도 1등만을 선별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것이다. 반세기 세월 속에서 독사파 조직은 육사에서 장원급제한 인재가 한 명씩 누적됐기에, 선후배간의 자부심과 끈끈함은 당연한 것이다. 이들은 최우수 능력의 생도로서 국제적 군 전문가로 키워져 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의 대들보였던 것이다. 훗날 국방·외교의 중요 요직에 독사파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 바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육사 37기의 유일무이한 독사파(獨士派)인 것이다. 무시무시한 맹독을 가진 독뱀[毒蛇]처럼 적들이 무서워 벌벌 떠는 군 천재 지휘관 독사파.
사진=(왼쪽부터) 국방외교·안보·군사 전문가 독사파 박찬주 육군 대령-前 대한민국 육군 2작전사령부 박찬주 사령관│장주영 제공
보자.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걸어온 길을.
그는 1977년 육군사관학교 37기로 입학, 동기생 300명 중 수석을 차지해 77년 독일육군사관학교로 유학길에 오른다. 당시 육사교장이었던 정승화 중장은 박찬주에게 독일육군사관학교에서 전공 선택시 보병, 포병, 기갑 중 기갑병과(機甲兵科)를 택하여 세계적인 기갑전의 대가가 되라고 임무를 준다. 임무를 부여받은 박찬주는 4년간 전투병과의 선진 기갑기술을 배우고 귀국한 후 한국 기계화 부대를 발전시키게 된다.
5년 후 박찬주는 대위 신분으로 두 번째 독일 유학길에 올라, 1985년부터 2년간 독일연방군 고등군사반에서 기갑을 전공으로 심화된 이론과 기술을 익히게 된다. 귀국 후 그는 6년간 나라를 위해 일한다. 1992년 소령이 된 박찬주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지휘참모대학에서 군대를 이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세 번째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한국과 독일을 세 번이나 오가며 차근차근 한길을 걸어온 군사전문가로서의 엘리트 박찬주. 그의 노력과 끈기는 독사보다 더 독한 집념과 정신력으로 빛을 발한다. 급기야 대령이 된 박찬주는 독일과 한국의 교환 교관의 신분으로 우리나라 육군본부에 해당하는 독일 쾰른에 있는 육군청에서 독일 장교로서 2003년까지 약 3년간 근무하게 된다. 독일로 배우러 왔던 후진국의 육군 생도가 양국을 오가며 특별한 군사전문가가 되었고, 역으로 한국인이 독일의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가르친 것이다.
박찬주는 총 4번의 독일 군사 유학을 다녀왔다. 이는 독일과의 연결뿐만 아니라 서유럽국가와의 군사동맹에 큰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독일을 오가며 현지에서 독일의 통일 전과 후를 모두 경험한 박찬주는 남북한 군사 문제나 통일에 관해서도 나라에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한 군사통합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던 것이다. 박찬주는 26사단장, 7군단장, 육군참모차장을 거쳐 2015년 대한민국 육군대장이 되었다. 그는 독일의 최고급 훈련과 배움을 통과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전쟁 전략가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 장군인 것이다.
필자가 전쟁을 옹호해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을 보며 우리도 예외 없음을 느껴서이다. 평화, 안정, 휴식... 이런 단어는 서로에게 덕담이 되는 부드럽고 이상적인 단어다. 그러나 <평화>를 위해 스스로 '양'이 되고, <안정>을 위해 '아기'가 되어 눈을 감고, <휴식>을 위해 '타인에 기대어 살았다'가는 반드시 <전쟁>, <파멸>, <재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기는 전쟁을 할 것인가, 아니면 당하고 말 것인가를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가 평화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국방에 대한 감축, 평화 협정 이런 단어에 속임수에 걸린 듯한 묘한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의리일 뿐, 구속력이 없다. 스스로 힘이 없다면 상대가 의리를 저버렸을 때 우크라이나같슨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뒤에 남탓하고 원망한들 무슨 소용인가? 나의 무능을 탓해야지...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소식은 김일성에게 침략을 당해본 우리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시국에 국방력 강화를 반대하는 무리는 국가의 자유와 번영을 막는 시대역행적 사고며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평화를 줄 수 있는 자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칼을 든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기는 백 년 동안 쓸 일이 없다하더라도, 단 하루도 갖추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나라를 지키는 군 지휘관들은 한 순간도 전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망각하는 순간 위태로움이 올 것이다. 따라서 군 최고통수권자는 적들이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강한 국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단어, ‘평화통일’이라는 말은 궁극적으로 수면 밑의 강력한 ‘국토 방위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평화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강력한 군사적 힘인 것이다. 이긴 자만이 평화를 베풀 수 있는 것이다. 평화란, 약자나 패배자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의 주권은 강자에게 있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0개 나라가 회원으로 모인 군사동맹기구다. 한국은 나토 비회원국이지만 중국, 러시아, 북한이 이웃으로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보았을 때, 나토와의 동맹이 꼭 필요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배후강대국으로 병풍을 두른 북한의 도발을 현실화해서는 안 된다.
자주 국방과 동맹강화를 위해 독일에서 긴 세월 터를 닦은 독사파,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한국과 나토의 다리가 되면 어떨까? 그는 3년동안 독일 쾰른에 있는 육군청에서 독일장교로 근무하면서 독일 군을 교육했기에 독일에는 그를 스승으로 모시는 군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군사동맹기구 NATO와 한국을 연결할 외교관이나 국방무관(國防武官), 독일 대사로서 그의 역활이 큰 힘이 되리라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나토의 비회원국이었지만, 나토는 태평양 지역 우호 파트너로서 한국을 초대했다. 지난번 나토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은 미국을 포함하여 30개국으로 확장하여 나아가는 동맹에 대한 불씨임에 확연한 의미가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박살냈고, 중국과 북한은 군사 훈련으로 힘을 과시하여 한반도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시국이다. 자주 국방과 군사 동맹 관계는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 요소인 것이다. 힘이 약하면 우리나라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같은 운명이 될 수 있다. 한국의 평화 유지를 위한 군사동맹국 간의 국방·외교에 독일 유학파 박찬주 전 육군대장만한 적임자도 없다.
국방이 탄탄한 민주주의는 대한민국 국체를 보호하고 정통성을 지킨다. 국군기무사령부 해체로 군사 보안기관을 박살낸 지난 정부는 군 인권이라는 다른 포장지를 앞세워 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한 나라의 정치가 사명감으로 살아온 군인을 자살로 몰고, 수치심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간 북한은 5만 명이 열병식을 통해 대동단결 국력을 보여준 데 반해,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은 국군의 날 행사도 축소되어 군의 힘을 과시하지 못했다. 필자는 몇 년전 대한민국 최고 인재가 정치 파고에 휩쓸려 목숨을 스스로 끊는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웠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박찬주가 독사파란 사실을 뜻풀이 없이 일부러 단어만 앞세웠다. 같은 발음의 독사파에서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를 이용해 뱀이나 조폭 조직이 야릇하게 연상되도록 했다. 본 뜻과 다르게 국민들을 착각에 빠뜨려 무섭고 나쁜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국민과 군을 이간질하며 우리 군이 적폐와 비리의 온상인 듯 매도하는 것을 보며 또한 분통 터졌다. 이 또한 언론이라는 무기로 군을 무시하고 군 질서를 어지럽히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었던가?
박찬주 육군대장이여, 그대는 과연 철의 심장이었다.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아 교도소에 갔다 온 자로 인하여 총질을 당해 군복이 벗겨지는 억울함을 당했어도, 오늘 버젓이 살아있고 당당함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억울한 감정에 잠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
사도의 길을 걷는 필자도 때로는 하늘처럼 모셔야 되는 남편에게 빨래 널으라고, 여편네가 되어 소리칠 때가 있다. 그로 인해 남편에게 갑질했다고 법정에 기소된다면 교사 품위 유지에 위배되어 유죄인가? 혹자는 말한다. 공관병에게 감 따오라고 시킨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은 갑질이 아니고 병사에게 휴식이라는 것이다. 차렷 자세와 감 따는 것 중 무엇이 더 재밌는가? 아이에게 물어도 정답이 나올터. 부디 감나무 운운하며 공관병 갑질이란 단어로 여론몰이하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말라. 선생이라면 학교에서 학생을 잘 가르치고, 육군 대장이라면 군대를 잘 이끌고 국방을 튼튼히 하면 되는 것이다.
스무 살 젊은 날부터 40년 이상을 한 길만 달려온 육군 대장이, 병역의무도 하지 않아 교도소에 다녀온 자의 갑질로 인해 수갑이 채워지고 군복이 벗겨지는 억울함을 당했다. 그러나 인간의 진면목은 위기의 세월에 드러난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은 지금도 나라를 위해 초야의 동무들과 한·독 통일 안보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인배(大人輩)이기에, 고난의 크기만큼 사명감도 비례해 나라를 위해 제 한 몸 불사르는 괴력을 뿜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 있지만, 명품 부대가 불량품 의심을 받고 버려져 쓰임이 없어 울고 있는 현실을 보며, 새 대통령 윤석열은 박찬주 전 대장을 거시적 안목으로 포용하여 나라를 위해 꼭 등용하시길 부탁드린다. 수만 명의 인간 병기를 통솔할 지휘관, 독일을 비롯한 서방세계, 나아가 나토와의 군사 동맹에도 초연결적 역량을 발휘할 사령관 박찬주를 활용하지 않음은 가장 큰 국가적 낭비며 손실이다.
부디 국방 인재 독사파 박찬주를 방치하지 말기를... 유비가 제갈량을 모시듯, 정중히 삼고초려해 주시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청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