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미래세종일보 http://www.msejo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3207
권력(權力, power)의 원천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정회(회장 김일윤) 정치 아카데미(원장 이병석)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정치 아카데미 원장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교육생들에게 한 권의 책, 『대통령의 권력』 (리처드 뉴스타트)을 보이며 화두를 꺼냈다. “우리 아카데미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는 곳입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고, 미국 대통령에게 조언한 학자의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는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을 통해 권력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대통령의 권력이라고 하지만 비단 대통령 한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권력’은 ‘설득력’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거침없는 생각과 의문을 듣고 싶습니다.”라며 폭탄 발언을 했다.
권력이란, A가 B를 강제로 복종시키는 힘을 말한다. ‘A의 의지대로 B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보장받고 있다’ 면 ‘권력’이 있는 것이다. 권력은 쓸수록 달콤하여 일방적인 지시·명령의 유혹이 크다. 권력의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는 대통령은,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합법적 권력을 가지고, 타인에게 다양한 형태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수직적 권위는 권력자에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라는 무중력적 자유를 준다. 권력의 여러 원천 중 ‘설득력’은 대통령이 완장을 내려놓는다 하더라도 진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인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백악관 및 권력자 필독서’로 극찬한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권력』은 정치가,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이 직접 번역하여 국내 언론에서도 주목받으며 정치 서적으로 바람을 일으킨 명저로 현재 절판됐다. 강연자로 나선 이병석 원장은 『대통령의 권력』 책에 대한 요지와 평을 모은 언론 기사들을 시작부터 언급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질문 시간이 되자 교육생 박진경은 ‘한국은 거대 양당정치로서 소통의 회피와 설득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고, 홍성창은 ‘대정치와 소정치가 부딪히는 가운데 권력 행사의 어려움이 있다.’라며 제도적 뒷받침을 언급, 최정민은 ‘대통령 주변인들이 오히려 권력을 더 오용하는 것 같다.’는 색다른 지적을, 고예성은 ‘민주적 설득이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제왕적 힘을 기대하는 국민의 낮은 수준도 문제라며 대통령에게 만능 해결사인 양 문제 해결을 바라고 지시명령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라는 견해를, 이재혁은 ‘권력을 앞세우기보다 설득을 통해 어렵던 문제가 잘 해결된 원장님만의 경험을 들려 달라.’ 등의 질문을 했다. 필자는 ‘설득력은 권력을 갖는 도구이며,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득의 본질은 상대의 이익을 이해할 때 협상이 시작된다.’는 의견을 말했다.
이병석 원장의 헌정회 정치 아카데미 토론수업
참석자들이 폭포수처럼 의견을 발표할 때마다 이병석 원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확한 지적이다, 예리한 시선이다, 기다리던 질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다.’라며 되받아치며 칭찬과 격려를 했고, 모든 참여자들이 말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발언 기회를 주었다. 참여와 질문으로 각자에게 생각의 힘을 주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통찰이 오게 하는 기발한 교육방식을 쓰고 있었다. 강의로써 일방적 전달이 아닌, 가르침을 전체 속에 잘 녹여 내어 아카데미의 궁극적 목표를 결국 이룬 것이다. 발표자 간의 상충된 의견도 나왔지만, 설득력 있게 표현할 기회를 주니 서로 공감이 가 이해가 되어 고개가 끄덕여진 것이다.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듣는 소통은 관계에 길을 낸다. 수업의 끝은 이병석 원장이 절판된 책을 교육생에게 기증하며 함께 돌려 읽기를 주문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병석 원장은 소통과 설득이 반복되어가는 과정 속에 사회 대중의 공통된 의견도 지켜봐야 권력의 주인이 되며 그가 정한 국가 정책이 힘을 받는다고 했다. 지시·명령의 수직적인 강제성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다고 하면서, 밀실 정치는 몰락의 길이며,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예로 들었다. 설득력은 권력과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지만, 이를 키워야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다고 했다. 이런 설득력을 갖춘 실력자를 만들기 위해 헌정회 정치 아카데미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존재의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훌륭한 강사들을 모셔올 것이고, 1기생들이 잘하고 있어 앞날이 기대되며 ‘대한민국 헌정회 정치 아카데미, 권력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이라는 희망과 가능성을 전달했다.
이병석 원장님을 모시고
한편, 대한민국 헌정회 정치 아카데미 제 1기 원우회 회장 홍성창, 부회장 박진경, 사무총장 윤성필은 원우회 출범식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해와 품격과 명분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신예 정치 르네상스가 일어나기를 꿈꾸며 서로의 목표에 부합되는 큰 비전을 선포한 홍성창 회장님의 매력에 원우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고, 무엇이든 협조할 태세였다. 헌정회 정치아카데미 교육생들의 도덕적 행동과 단합, 대화, 소통, 경청 문화가 수평적 네트워크를 이루어 정치 아카데미 위상을 높이며 작은 권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삶에서 외곬으로 억지 쓰는 단편적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소통해야 하고, 설득을 통해 원하는 것들을 조율하며 얻어가는 것이며, 나의 설득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상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비제도적 권력이다. 우리의 위치가 어디에 있든 간에 무중력의 권력자인 것이다. 설득력을 갖춘 사람이 된다면 진정한 권력의 주인인 것이다. 갑의 상징인 권력과 을의 상징인 설득력. 결국 갑이 을의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만능 도구 아닌가? 진정한 권력자를 만드는 수단, ‘설득력’. ‘말이 곧 정치다.’라며 사람들과 부딪히게 하고, 설득력 있는 인재를 만들어가는 이병석 원장의 기발한 수업, 음미할수록 크고 가치 있었다.
곁길로 빠져 결론을 맺어보자.
수학 이론에 의사 소통이 불가능 하고 협력도 없는 상태에서의 의사 결정 방법인 ‘비협조 게임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실존 이야기로, 정신분열을 앓는 천재 수학자 존 내쉬가 고안했으며 노벨경제학상을 탔다. 내쉬균형이라고도 불리는 이 게임이론은 소통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대화가 단절됐을 때, 최선의 선택 방법이다. 나 홀로 권력인 것이다. 그 복잡한 이론을 한 줄로 압축한 문장을 소개한다.
‘그가 생각하는 것을 나도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하리라는 것을 나는 생각한다.’